어혈로 인한 자궁내막증, 임신 준비한다면 어혈부터 잡아야

어혈로 인한 자궁내막증, 임신 준비한다면 어혈부터 잡아야

결혼 3년 차인 3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여러 차례 임신 시도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상담차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평소 생리통이 심하긴 했지만, 그 외 별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질병에 대해 의심은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자궁내막증’ 진단이 나와 수술을 권유받았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내부에 있어야 할 자궁 ‘내막’이 자궁 외부인 난소, 난관, 골반강 안쪽 등에 붙어 증식하는 질환을 말한다. A씨 사례처럼 자궁내막증은 작은 자궁내막 조직이 골반강 안에 여기저기 퍼져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증은 초음파 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지만, 여기저기 퍼져 있는 작은 내막조직들은 초음파에도 잡히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그래서, 생리통이 매우 심하다면 난소에 종양까지 생기진 않았더라도, 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궁 외부에 내막 조직이 퍼지게 되면 여성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생리 주기에 따라 극심한 통증을 수반할 수 있다. 때로는 항문의 통증도 같이 찾아온다. 생리통이나 골반통은 보통 진통제로 다스릴 수 있지만,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생리통은 진통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신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는데, 생리혈이 역류해서 발생한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이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해 자궁내막증을 악화시킨다는 설도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자궁내막증 악화를 유발한다.

한의학에서는 자궁내막증을 ‘어혈로 인한 질환’으로 보고 있다. 자궁과 난소 주변, 골반강 내부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료도 우선 ‘어혈’ 치료를 통해 생리통을 줄이고 더 이상 질환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의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혈’이란,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정상 맥관을 벗어난 것을 이르는 말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하수도나 배수구에 찌꺼기가 쌓여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막아버리는 현상을 생각하면 된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혈전’과 같은 맥락이다.

어혈의 임상적 특징은

□ 피부가 거칠어지고 얼굴이 어두워지며 혀에 보라색 반점이 나타난다
□ 변비, 치질, 잔변감이 생긴다
□ 쉽게 멍이 든다
□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
□ 이유 없이 피로하고 몸이 무거우며 어깨 결림이 심하다
□ 몸의 군데군데 실핏줄이 보인다
□ 편두통이 심하고 소화불량이나 오심 구토가 자주 일어난다
□ 철분제를 먹어도 어지러움이 지속된다
□ 코피나 눈 출혈이 잦다
□ 생리가 제때 깨끗하게 끝나지 않는다
□ 아랫배가 당기고 아프다
□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등이 있으며, 이 12가지 증상 중 8가지 이상이면 어혈증으로 볼 수 있다.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수술보다는 어혈을 풀어주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증은 수술하더라도 재발률이 50% 이상이고, 수술을 통해 큰 내막을 제거하더라도 작은 내막 조직들이 남아 있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증이 있더라도 임신과 출산은 가능하므로, 먼저 임신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질환 축소보다 임신을 우선으로 한 치료가 진행된다. 최대한 빠르게 임신할 수 있도록 골반강 내 순환력을 회복하고, 어혈이 생기지 않는 치료를 함께하게 된다. 여기에 뜸 치료로 하복부 혈액순환을 좋게 하면 통증이 눈에 띄게 완화된다. 한약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경우 자궁과 자궁 부속기관의 기능이 개선돼, 임신 가능성도 커지고 자궁내막증의 악화나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방 치료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조절하여 몸이 스스로 회복하게 하는 것이므로, 자궁내막증도 생리혈의 역류를 잘 제거할 수 있도록 몸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상연구 결과 한약치료가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생리통 감소나 자궁내막 소멸 등에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